서론 : 왜 헤지펀드는 이더리움을 사고도 숏을칠까
최근 CFTC CoT(Commitments of Traders) 데이터를 보면, CME 이더리움 선물 시장에서 헷지펀드의 순공매도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첫째 주 기준, 헷지펀드들은 총 –12,574 계약 규모의 숏 포지션을 보유 중이다.
CME 이더리움 선물 1계약은 50 ETH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를 환산하면 총 –628,700 ETH 규모에 해당한다.
7월 초 기준 이더리움 시세를 약 2,750달러로 잡으면, 총 순공매도 규모는 –1.73억 달러(USD)에 달한다.
출처 : CFTC CoT 보고서 (via Tradingster)
이처럼 거대한 숏 포지션을 보고 단순히 ‘ETH 하락에 베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하지만 실제로는 헷지펀드들이 ETH 현물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선물에서는 숏을 쌓는 구조적 전략, 바로 '이더리움 베이시스 트레이딩(Basis Trading)'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전략은 ETH의 장기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시장 방향성과 무관하게 수익을 만드는 구조적 포지션이다.
왜 헤지펀드는 이 전략을 사용하는가?
헤지펀드는 본질적으로 ‘남의 돈’을 굴리는 조직이다.
자기 자본이 아니라, 연기금, 패밀리오피스, 기관 투자자 등 외부 출자자(LP)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며, 그 대가로 연 8~15% 수준의 수익률을 요구받는다.
이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손실을 피하는 것이다. 단순히 많이 버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수익이 들쭉날쭉하거나 손실이 크면 자금은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는 자산을 매수한 뒤 가만히 들고 있는 순수 롱 포지션이나, 하락장에 베팅하는 순수 숏 포지션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헷지펀드는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기보단, 가격 변동에 노출되지 않는 ‘델타 중립’ 상태를 선호한다. 이를 만들기 위해 현물과 파생상품을 조합하는 ‘델타 헤지 전략’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금융의 델타 헤지 전략은 굉장히 복잡하다. 반면, 크립토는 더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전통 금융에서 헷지펀드가 델타 중립 전략을 구사할 땐, 보통 복잡한 구조를 거친다.
대표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전환사채 + 주식 숏 (Convertible Arbitrage)
전통 금융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델타 중립 전략 중 하나는 전환사채(Convertible Bond)를 매수하고, 해당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숏) 하는 구조다.
전환사채는 일정 조건이 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는 채권이다. 따라서 주가가 오르면 전환사채의 가치도 올라가지만,동시에 숏을 잡아둔 주식에서는 손실이 발생한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사채는 채권으로서의 기본 가치를 유지하면서 주식 숏 포지션에선 수익이 난다. 결과적으로 이 구조는 주가 방향성에는 영향을 받지 않고, 전환사채에 내재된 이자 수익, 전환 프리미엄, 변동성 등에서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헷지펀드는 이 전략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절대 수익률을 만들어낸다.
2. 옵션 + 주식 델타 헷지
또 다른 전통적 델타 중립 전략은 옵션 포지션과 기초 자산(주식)을 결합해 델타를 0에 가깝게 만드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헷지펀드가 콜옵션을 매수하면, 이 포지션은 양(+)의 델타를 가진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기초 주식을 일정 수량만큼 숏 포지션으로 맞추면, 전체 포지션의 델타는 0이 된다. 이렇게 구성하면 자산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가격 변화에 따른 손익은 거의 없어진다.
이후 헷지펀드는 옵션의 시간가치(쎄타), 변동성(베가), 금리차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 요소만을 추출하게 된다. 다만 이 전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델타를 계속 재조정해야 하며, 상당한 수학적 모델링과 리스크 관리가 동반된다.
반면, 크립토에서는 훨씬 단순한 방식으로 델타 중립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헷지펀드는 ETH 현물을 매수해 스테이킹으로 연 3~4%의 고정 수익을 확보하고, 동시에 CME에서 이더리움 선물을 공매도(숏)함으로써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콘탱고)를 수익으로 확보하는 베이시스 트레이딩을 수행한다.
즉, ETH를 장기 보유하면서도 시장 방향성과 무관하게 델타를 0으로 유지하는 구조다. 스테이킹 수익은 안정적이고, 콘탱고 수익은 선물 시장의 프리미엄에 따라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콘탱고란 무엇인가?
콘탱고(Contango)란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시장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재 ETH 현물 가격이 2,980달러인데, 3개월 뒤 만기의 ETH 선물 가격이 3080달러라면, 이 둘 사이의 100달러 차이가 바로 콘탱고다.
헤지펀드는 이럴 때 다음과 같은 구조를 만들수 있다.
- 현물 ETH를 매수 → 스테이킹으로 고정 수익 확보
- 동시에 더 비싼 가격의 선물(2,850달러)을 숏 포지션으로 잡음
이 구조는 선물의 만기일이 가까워질수록,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과 점점 같아지는 성질을 활용한다. 이때 선물 가격이 내려오면(또는 현물 가격이 올라와도), 헷지펀드는 그 갭만큼의 수익을 얻게 된다.
즉, 콘탱고 구조가 유지되는 한 헤지펀드는
- 현물 스테이킹 수익(3~4%)
- 선물-현물 간 가격차 수익(연 환산 6~9%)
위 수익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고, 이 모든 것이 자산 가격의 방향성과 무관하게 이뤄진다. 이게 바로 델타 중립의 힘이다.
결론: 이더리움은 왜 델타 헤지 전략의 중심이 되었는가?
ETH 기반의 델타 헷지 전략은 전통 금융 대비 훨씬 단순하고 효율적이다.
현물 매수 → 스테이킹 수익 확보 → CME 선물 숏 포지션이라는 3단계 구조만으로도
델타 중립 상태에서 연 10% 이상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셋업이 가능하다.
핵심은 콘탱고다. ETH 선물 시장에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한, 헤지펀드는 방향성과 무관한 '구조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여기에 스테이킹 수익까지 더하면, 이 전략은 기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안정형 포트폴리오가 된다.
단순히 CME에서 이더리움 숏 포지션이 많다고 해서 시장 방향성이 하락으로 가는건 아니다.
중요한건 어떤 전략을 헷지펀드가 취하고있고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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